
앵무새를 키우기 전에는 새가 잠자는 모습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횃대에 앉아서 고개를 파묻고 자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열무와 오랫동안 함께 지내다 보니 잠자는 모습도 사람처럼 자기만의 습관이 있더라고요.
열무는 밤에 자는 장소와 낮잠 자는 장소부터 다릅니다. 집 안에 불이 켜져 있으면 절대로 자기 침대로 들어가지 않고, 가족들이 불을 모두 꺼야 그제야 쏙 들어가 잠을 잡니다.
더 재미있는 건 자기가 자는 침대에는 배변도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런 모습을 오랫동안 보다 보니 앵무새에게도 나름의 취침 습관과 편안하게 느끼는 환경이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됐습니다.
오늘은 책에서 본 앵무새 수면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집 반려조 열무가 실제로 어떻게 잠을 자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아기 열무를 데려오면서 작은 침대도 준비했습니다
2018년 겨울, 아기였던 열무를 처음 집으로 데려올 때부터 새장 안에 작은 침대를 하나 달아줬습니다.
모양은 삼각기둥처럼 생겼고, 겉은 이물질이 묻으면 닦아낼 수 있는 방수 소재였습니다.
안쪽은 양털처럼 포근한 재질이라 열무가 들어가 있으면 몸을 감싸주는 형태였어요.
윗쪽에 새장에 걸 수 있게 고리도 달려있답니다.
처음에는 그저 따뜻하게 쉬라고 준비해 준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열무는 이곳을 정말 자기 방처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낮에 놀 때는 거의 들어가지 않으면서 밤이 되면 알아서 들어가 잡니다. 그래서 저희 가족도 어느 순간부터 그곳을 그냥 '열무 방'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다만 천이나 섬유로 만들어진 반려조 용품은 상태를 자주 확인하고 있습니다. 열무가 예전에 장난감에서 풀린 실에 발톱이 걸려 크게 다친 경험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 일을 겪고 나서는 아무리 열무가 좋아하는 용품이라도 실밥이 풀리거나 뜯어진 곳은 없는지 꼭 살펴봅니다.
열무는 불을 다 꺼야 자러 들어갑니다
열무에게는 아주 확실한 취침 신호가 있습니다.
바로 소등입니다.
밤이 늦었다고 알아서 침대로 들어가는 게 아니더라고요.
가족들이 거실에 있고 전등이 환하게 켜져 있으면 열무도 계속 밖에 있습니다. 시간이 꽤 늦어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다 가족들이 하나둘 잘 준비를 하고 마지막 전등까지 딱 끄면 그제야 자기 방으로 들어갑니다.
이 모습을 매일 보다 보면 웃겨요.
'아, 열무도 이제 잘 시간이구나.'
사람은 시계를 보고 잠자리에 들지만 열무는 집 안이 어두워지는 걸 보고 하루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반대로 자고 있을 때 갑자기 불을 켜면 바로 나와버립니다.
그래서 밤에는 가능하면 열무가 푹 잘 수 있도록 주변을 어둡고 조용하게 해주려고 합니다.
낮잠은 자기 침대가 아니라 횃대에서 잡니다
더 재미있는 건 낮잠입니다.
밤에는 그렇게 자기 방을 잘 찾아가면서도 낮에는 졸리다고 침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졸리면 그냥 횃대에 앉아 눈을 스르르 감습니다.
가족들이 왔다 갔다 하고 생활 소리가 들려도 졸리면 그 자리에서 잠깐 눈을 붙여요. 그러다가 인기척이 나면 눈을 뜨고 다시 주변을 구경합니다.
보고 있으면 사람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밤에는 침실에 들어가 제대로 자고, 낮에는 소파에 앉아 잠깐 꾸벅꾸벅 조는 것 같달까요.
열무에게는 밤잠 자는 곳과 낮잠 자는 곳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신기하게 자기 침대에는 응가를 하지 않습니다
열무의 잠자리 습관 중 제가 가장 신기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열무는 평소에는 수시로 배변을 합니다.
그런데 밤에 들어가 자는 자기 침대 안에는 이상할 정도로 응가를 하지 않아요.
배변할 때가 되면 밖으로 나와 횃대에 서서 해결합니다.
처음에는 우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 같은 모습을 보다 보니 저희 가족도 신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자기 방 더러워지는 건 싫은가 봐."
하면서 웃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앵무새가 열무처럼 행동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반려조마다 성격도 다르고 생활 습관도 다르니까요.
다만 열무에게는 자기가 잠자는 공간을 깨끗하게 사용하는 나름의 습관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침에는 가족과 함께 하루를 시작합니다
밤새 자기 방에서 잘 자고 나면 아침에는 가족들이 일어나는 기척에 열무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저희가 일어나면 열무도 자기 방에서 나옵니다.
그 모습을 몇 년째 반복해서 보다 보니 이제는 너무 당연한 아침 풍경이 됐어요.
밤이 되면 들어가 자고, 아침에 가족들이 일어나면 나오는 생활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겁니다.
그래서 열무에게는 단순히 잠자는 시간뿐 아니라 가족의 생활 리듬 자체가 하루의 기준이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주 작은 소리에도 금방 깨는 편입니다
열무는 잠귀가 밝습니다.
사람처럼 한 번 깊게 잠들면 웬만한 소리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아주 작은 소리가 나도 금방 반응하고, 특히 불을 켜면 거의 바로 깨어납니다.
그래서 열무가 밤잠에 들어간 뒤에는 가능하면 큰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랫동안 같이 살다 보니 가족들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요.
'열무 잔다.'
그러면 조금 조용히 움직이게 됩니다.
열무 한 마리가 가족들의 밤 생활까지 바꿔놓은 셈이죠. ㅎㅎ
딱 한 번, 너무 지쳐 제 가슴에서 잠든 적도 있습니다
평소 열무는 낮에 졸리면 횃대에서 자고, 밤에는 자기 방에서 잡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정말 평소와 다른 곳에서 잠든 적이 있었습니다.
할머니 집에 함께 다녀오던 날이었어요.
열무가 그날 처음으로 심하게 차멀미를 했습니다. 가는 길에도 토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여러 번 토해서 나중에는 완전히 지쳐버렸어요.
평소 같으면 작은 소리에도 눈을 뜨는 아이가 그날은 제 가슴에 안긴 채 잠이 들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참 짠하더라고요.
사람도 멀미를 심하게 하고 나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누워 자고 싶잖아요. 열무도 정말 힘들었나 봅니다.
평소 열무가 어떻게 자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의 모습이 더 마음에 남았습니다.
이불을 덮어주면 정말 좋아합니다
그리고 열무에게는 또 하나 좋아하는 잠자리가 있습니다.
바로 사람 품이에요.
저희가 안고 이불을 살짝 덮어주면 정말 좋아합니다.
특히 얼굴 턱 아래나 목 옆, 어깨처럼 따뜻한 곳에 몸을 딱 붙이고 자는 걸 좋아해요.
작은 몸이 목 옆에 붙어서 가만히 잠들어 있으면 얼마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재미있는 건 자기 침대에서 잘 때와 또 다르다는 겁니다.
자기 방에서는 그렇게 배변을 가리면서 사람과 함께 넓은 이불 위에 있을 때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그럴 때마다 속으로 생각합니다.
'열무야, 네 방만 깨끗하면 되는 거니?' ㅋㅋ
이런 것도 함께 살아보니 알게 된 열무만의 재미있는 생활 습관입니다.
하지만 반려조와 같은 침대에서 자는 건 조심해야 합니다
열무가 이불 속을 좋아하다 보니 가족들도 데리고 자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희도 많이 고민했어요.
워낙 작은 아이라 사람이 잠결에 뒤척이다가 열무를 누르거나 다치게 하면 어쩌나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열무와 함께 있었을 때 사고가 생긴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반려조와 사람이 같은 침대에서 밤새 자는 것을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잠들면 자신의 움직임을 알 수 없고, 작은 반려조가 이불 어디에 있는지도 바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열무처럼 사람의 체온과 이불 속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열무가 가족 품에서 편하게 쉬는 모습은 좋아하지만, 밤에는 가능하면 자기에게 익숙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편안하게 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열무와 살면서 잠도 건강의 일부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앵무새를 잘 키운다는 말을 들으면 좋은 먹이를 주고, 새장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많이 놀아주는 것부터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거기에 하나가 더 생겼습니다.
편안하게 잘 자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열무를 보면 그걸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낮에는 횃대에서 잠깐씩 낮잠을 자고, 밤에는 집 안의 불이 모두 꺼지면 자기 방으로 들어갑니다.
밤새 잘 자고 아침에 가족들이 일어나면 열무도 다시 나와 하루를 시작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별것 아닌 일상인데, 몇 년을 함께 지켜보다 보니 이것도 열무의 중요한 생활 패턴이 되었습니다.
앵무새를 처음 키우는 분이라면 '몇 시에 재워야 하지?'라는 것만 고민하기보다 우리 집 반려조가 어떤 환경에서 가장 편안하게 쉬는지 먼저 관찰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디에서 낮잠을 자는지, 불을 끄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밤에 자주 깨지는 않는지 같은 작은 모습부터요.
모든 반려조의 잠자는 모습이 열무와 같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매일 함께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알게 됩니다.
'아, 우리 아이는 이럴 때 편안해하는구나.'
열무와 오랫동안 함께 살면서 저도 그렇게 하나씩 배웠습니다.
잘 먹고 신나게 노는 모습도 좋지만, 밤이 되면 자기 방에 쏙 들어가 편안하게 잠들고 다음 날 아침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나오는 모습.
요즘은 그런 평범한 하루가 제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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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조와 함께 살다 보면 인터넷에서 찾아본 정보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모습을 정말 많이 만나게 됩니다. 앞으로도 열무와 생활하면서 직접 보고 겪은 소소한 일들을 하나씩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어쩌면 이런 평범한 하루하루가 열무의 생활백서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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