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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는 보호자를 알아볼까? 열무와 8년을 함께 살며 느낀 가족을 대하는 차이

열무네엄마 2026. 8. 13. 15:54

앵무새를 키우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얘도 나를 알아보는 걸까?'

 

매일 밥을 주고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라서 그냥 익숙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자기 가족이라는 걸 알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더라구요.

 

저희 집에는 2018년 겨울부터 함께 지내고 있는 반려조 열무가 있지요.

어느덧 8년 가까운 시간을 한집에서 보내고 있네요.

 

그런데 열무를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재미있는 점을 하나 발견했어요.

같은 집에서 사는 가족인데도 대하는 태도가 전부 다르다는 거예요.

 

딸아이에게 하는 행동이 다르고, 저를 대하는 모습이 또 다릅니다. 아들아이에게는 여전히 거리를 두기도 하고요. 낯선 사람이 집에 찾아오면 그 차이는 더 확실하게 보입니다.

 

열무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앵무새도 자기가 좋아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을 구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열무는 원래 겁이 정말 많은 앵무새예요

열무의 성격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겁쟁이'라고 할 것 같아요.

정말 겁이 많거든요.

 

성격도 유난히 조용하고 예민한 편이고,새로운 물건 하나를 가져다 놓아도 바로 다가가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 한참을 구경합니다.

낯선 소리가 들리면 깜짝 놀라는 건 기본이고요.

 

더 웃긴 건 8년 가까이 같이 산 가족들에게도 가끔 놀라서 도망간다는 겁니다.

갑자기 손을 내밀거나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다가가면 화들짝 놀라 피하기도 해요.

 

처음에는 저도 조금 서운했습니다.

'아니, 우리가 같이 산 세월이 얼만데 아직도 무서워해?'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계속 지켜보니까 가족을 몰라서 피하는 것과는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그냥 열무 자체가 워낙 조심스럽고 겁이 많은 성격인 거예요.

낯선 사람이 있을 때와 가족끼리 있을 때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확실히 느껴집니다.

 

열무의 왕팬 1호는 딸아이입니다

우리 집에서 열무를 가장 예뻐하는 사람은 딸아이예요.

말 그대로 열무 왕팬 1호입니다.

 

어릴 때부터 정말 많이 예뻐했고 지금도 열무를 보면 먼저 챙깁니다. 그래서 그런지 열무도 딸아이에게는 유독 잘 가요.

다른 가족에게는 망설이면서도 딸아이가 부르면 자연스럽게 다가갈 때가 많고, 어깨 위에 올라가 있는 것도 좋아합니다.

 

밤에는 딸아이 곁에서 같이 잠들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을 오랫동안 보다 보면 신기해요.

 

'자기를 제일 예뻐하는 사람이 누군지 아는 건가?'

싶을 정도니까요.

 

가끔 집 근처 동네 슈퍼에 갈 때 열무를 데리고 나간 적도 있는데, 그럴 때도 딸아이 어깨에 얌전히 앉아 있곤 했어요.

다행히 지금까지 갑자기 날아간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열무에게 있었던 경험일 뿐이에요. 아무리 평소에 보호자를 잘 따르는 앵무새라도 밖에서는 갑작스러운 자동차 소리나 사람, 다른 동물 때문에 놀랄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날아가지 않던 아이도 놀라는 순간에는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출할 때는 이동장처럼 안전한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 좋아요.

저희도 열무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이런 부분은 더욱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같은 가족인데 아들아이에게는 잘 안 가요

반대로 아들아이와 열무의 관계는 조금 재미있습니다.

둘이 서로 무서워해요.

아들은 혹시 열무가 물까 봐 겁을 내고, 열무는 그런 아들의 행동을 또 경계합니다.

 

가끔 둘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옵니다.

분명 8년 가까이 같은 집에서 살았는데도 열무는 아들아이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이 거의 없어요.

그렇다고 아들을 완전히 낯선 사람처럼 대하는 것도 아닙니다.

 

가족끼리 거실에 함께 있을 때는 별문제 없이 편안하게 지냅니다. 다만 직접 손을 내밀거나 가까이 다가가는 건 여전히 부담스러운가 봐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알게 된 게 하나 있습니다.

 

오랫동안 같은 집에 산다고 해서 모든 가족과 똑같은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사람도 누구에게는 금방 마음을 열고 누구와는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잖아요. 열무를 보면 반려조도 그런 면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움직이면 짧은 다리로 종종 따라옵니다

열무는 저에게도 잘 오는 편이에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모습 중 하나는 집 안에서 저를 따라다닐 때입니다.

 

열무는 날개를 다친 뒤 짧은 거리는 날 수 있지만 집 안에서는 걸어서 이동하는 일이 많거든요.

제가 거실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가면 어느 순간 뒤에서 열무가 따라옵니다.

 

그 짧은 다리로 종종종종.

거실을 지나 베란다까지 따라올 때도 있고, 제가 방향을 바꾸면 열무도 다시 방향을 바꿉니다.

별것 아닌 모습인데 볼 때마다 귀여워요.

 

집 안에서는 정말 자기 집처럼 여기저기 잘 돌아다닙니다. 거실도 가고, 베란다도 구경하고, 가족이 있는 곳을 찾아 움직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뒤를 졸졸 따라오는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저를 알아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적어도 열무에게 제가 '매일 보는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안 보이면 꼭 "어디 갔어요?" 하고 찾는 것 같아요

열무가 워낙 조용한 아이라 평소에는 크게 울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상황이 하나 있어요.

 

거실에서 저와 함께 있다가 제가 갑자기 다른 방으로 들어가면 열무가 울기 시작해요.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꼭,

"어디 갔어요?"

하고 부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방에 있으면서 큰소리로 대답합니다.

"여기 있어!"

그러면 또 조용해져요.

 

한두 번이면 우연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비슷한 일이 계속 생기니까 이제는 열무가 울면 저희도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여기 있다~."

하고요.

 

모습은 안 보여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면 안심하는 건지, 신기하게 잠잠해 진답니다.

가족 입장에서는 이런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정말 재미있습니다.

 

손님이 오면 가족에게 꼭 붙어 있습니다

열무가 가족을 구별한다고 가장 크게 느끼는 순간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집에 낯선 사람이 왔을 때예요.

 

평소에는 혼자 집 구석구석 잘 돌아다니던 아이가 손님이 오면 행동이 달라집니다.

가족에게 가까이 붙으려고 해요.

 

낯선 장소에 갔을 때도 비슷합니다. 평소보다 훨씬 가족 곁을 찾습니다.

반대로 처음 보는 사람이 열무가 귀엽다고 손을 내밀면요?

절대 쉽게 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화를 내기도 하고, 더 가까이 오면 물려고 할 때도 있어요.

이럴 때는 억지로 친해지게 하지 않습니다.

 

"얘가 원래 겁이 많아요."

하고 그냥 기다려 줍니다.

 

열무에게도 자기만의 안전거리가 있을 테니까요.

사람 입장에서는 귀여우니까 한 번 만져보고 싶고 손에도 올려보고 싶겠지만, 열무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커다란 사람이 갑자기 손을 내미는 상황이 무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앵무새는 보호자의 얼굴과 목소리를 알아볼까요?

열무를 보고 있으면 저는 그렇다고 느끼는 편입니다.

물론 열무가 사람처럼 '이 사람은 엄마, 이 사람은 누나'라고 생각하는지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익숙한 사람과 낯선 사람을 대하는 행동은 분명히 다릅니다.

 

딸아이에게는 먼저 다가가고,

저를 종종걸음으로 따라다니고,

아들아이에게는 조금 거리를 두고,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가족 가까이 붙습니다.

 

거기에 제가 안 보일 때 울다가 목소리를 들려주면 조용해지는 모습까지 보고 있으면 가족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가 오히려 어렵더라고요.

 

다만 모든 앵무새가 열무와 똑같지는 않을 겁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거리낌 없이 다가가는 반려조가 있는 반면, 열무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조심스러운 아이도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다른 집 앵무새와 비교하기보다는 내 반려조가 어떤 상황에서 편안해하고 무엇을 무서워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8년을 살아도 열무는 여전히 겁쟁이입니다

열무와 8년 가까이 살았으니 이제 겁도 없어지고 가족 누구에게나 척척 갈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여전히 겁이 많아요.

 

갑자기 움직이면 놀라고, 처음 보는 물건도 무서워하고, 낯선 사람에게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모습까지 열무답다고 느껴집니다.

 

딸아이 어깨 위에서는 세상 편안하게 있고, 제가 다른 방으로 가면 어디 갔냐고 찾듯 울고, 집에 손님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가족에게 꼭 붙어 있는 아이.

말은 하지 못해도 열무 나름의 방식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편안한 장소를 표현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누군가 저에게 "앵무새도 보호자를 알아보나요?"​라고 묻는다면 전문적인 연구 이야기를 떠나 제가 직접 경험한 열무의 모습만 놓고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열무는 우리 가족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느끼는 게 있습니다.

반려조와 가까워지는 데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매일 말을 걸어주고, 싫어할 때는 억지로 만지지 않고, 무서워하면 기다려주고, 그렇게 하루하루 함께 보낸 시간이 쌓이는 것.

어쩌면 열무가 우리를 가족처럼 받아들이게 된 이유도 그 긴 시간 덕분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제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열무는 그 짧은 다리로 종종종 따라옵니다.

그럴 때마다 슬쩍 뒤를 돌아보게 돼요.

 

"열무야, 엄마 여기 있어."

그러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제 뒤를 따라옵니다.

8년을 같이 살아도 이런 순간은 여전히 귀엽습니다.

 

열무의 다른 일상이 궁금하거나 앵무새 키우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제블로그의 다른 글도 참고 해 보시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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